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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섬이 있다!

방송일 : 2018-11-09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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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내용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
국가기록원 부산기록관 자문위원
부산광역시 근대건조물보호위원
2017년 부경대학교 겸임교수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저자
부산푸드필름페스타(BFFF) 프로그래머
부산어묵전략사업단 자문위원

알아두면 쓸 데 있는 부산잡학사전
-도심 속에 섬이 있네-

박상현: 매축지가 무슨 뜻?
김한근: 바다를 메울 때 그냥 메우면 매립, 용도가 있어 메워 쌓으면 매축.
1910년대에 공업지대 확보하기 위해 매립을 합니다.
부산진 매축은 3차에 걸쳐요. 나중에 우암동까지 연결되는데, 2차 매축지가 우리가 말하는 매축지마을.
거기를 매축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해방이 됐잖아요.
해방되고 나서 귀환동포들이 갈 데가 없잖아요. 맨손으로 왔으니까.
그러다보니 거기다 판자촌을 짓고 살게 되어서.
박상현: 아~
김한근: 거기에 한국전쟁 피란민들이 얹히고.

김한근: 경부선 철로가 1905년에 막고. 거기다 매축이 됐잖아요. 한국전쟁 때 55보급창이 막고!
68년에 오버브릿지가 막아버렸죠. 사방을 다 막았죠.
박상현: 고립시켜 버린 거네요! 섬처럼.
김한근: 부산에서는 평지에, 도심 한 가운데 저렇게 낡은 게 존재하는 이유가 그런 거예요.
섬 아닌 섬인 거예요. 도심 속에.

감한근: 매축지 마을을 가면 대부분 이 좁은 데 어떻게 사느냐 하는데. 집이 작은 이유가

‘54년 매축지 대화재 이후 집을 재건’

김한근: 집을 재건하면서 보니 5, 6평 밖에 안돼요.
들어가는 입구에 요만한 크기에 부엌과 신발 벗는 곳. 그리고 바로 방이잖아요.
아이들이 태어나니까 2층으로 다락을 올리는 거예요.
피란시절 이후 도시 건축 형태가 거의 다 나와.
우리가 감동해야 할 것이 있어요. 어머니들이 그 골목을 너무 깔끔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거.
박상현: 맞아요! 가끔 가보면 화단에 화분도 이렇게 놓여있고.
김한근: 꽃을 내놓는다든지. 쓰레기가 골목 사이에 없어요.




여기, 꽃을 가꾸듯
오랜 기억을 보듬고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시간이 멈춘 공간
역사가 숨 쉬는 삶터
매축지가 도시의 미래를 되묻고 있다.

김한근: 냉난방 이런 부분이 부실하다보니까 많은 분들이 떠나고,
지금은 폐가가 된 집들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 마을의 활력을 잃게 하고 있는.
부산역사의 한 모퉁이를 기억하고 있는 이 공간들이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됩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산업화시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김한근: 4, 5년 됐어요. 동구청에서 낙후지역을 역사문화를 가지고 도시재생을 해보자 하던 중에.
‘피란시대 이중섭이 부산으로 왔다!’ 피란시기 같이 활동했던 동인들이 부산에서 활동하다 보니
오게 된 거죠. 최근에 범일동 주소가 발견된 거예요. 5년 전에.
박상현: 이중섭 화가가 살았던!
김한근: 편지를 보냈던 그 집을 중심으로 이중섭 거리를 만든 거예요.

범일동 553번길 이중섭 거리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야 했던
천재화가의 안타까운 현실을 만날 수 있다.

박상현: 이중섭 화가는 여기에 얼마나 살았습니까?
김한근: 이중섭 화가는 거의 1년 가까이.
범일동 시기가 중요한 것이 뭐냐면, 그 시기에 다방을 중심으로 문화가 이루어집니다.
화가들이 자주 가는 다방, 거기를 가면 생계와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까.
그 과정에서 만든 게 ‘은지화’잖아요.
박상현: 아~ 담뱃갑!
김한근: 부산에서 탄생한 거죠.

이중섭作/은지화/천도와 영지
이중섭作/은지화/낙원의 가족
이중섭作/은지화/두 아이

김한근: 화구 살 돈이 없고, 재료 살 돈이 없으니까. 그림은 그려야 되고.
그 당시에는 다방에서 담배를 피우니까.
박상현: 담뱃갑은 버리니까. 그거를 주워서.
이중섭의 상징과도 같은 은지화는 대부분이
김한근: 범일동 시대에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특정시기에 특정작가가 특정시기를 대변하는 재료를 사용한 유일한 사례.
박상현: 그러네.
김한근: 그 이전 이후에는 은지화가 없잖아요.
박상현: 이중섭 화백이 어려운 시절에 여기 살았다는 것 아는 사람도 적고,
여기서 살던 1년 동안 그 유명한 은지화가 그려졌다는 거, 어마어마한 역사적인 일.


숨 가쁘게 달려온 도시
그 빠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도심 속 섬으로 불리게 된 곳

하지만 시간의 운명을 거부한 덕분에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게 된 다락방 같은 곳

그곳에서 우리,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김한근: 도시를 건설하면서 창조, 재생 이러는데, 요즘에는 창조, 재생이라기보다 부활이라는 표현을 많이 써요.
박상현: 세상에 가장 좋은 콘텐츠는 과거를 현재 관점에서
김한근: 그 자리에 있는 거를 재현하는 것.
박상현: 그런 관점에서 부산은 가진 게 너무너무 많고.
오늘 우리가 얘기한 것만 하더라도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발견했고 발굴했기 때문에.

박상현: 오늘 뭐 2차 가시죠!
김한근: 밤새도록 해도 못할 이야기!!!

이야기로 가득한 부산의 밤이 점점 깊어갑니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모르는 부산이야기~
두 부산박사의 부산이야기!


빠르게 달려온 도시 속에서
부산의 오랜 기억을 보듬고 살아온 마을.
도심 속의 섬, ‘매축지 마을’


그리고,
범일동 553번길 ‘이중섭거리’와
천재화가의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꽃 피운 ‘은지화’를 만나봅니다.


소중한 기억을 간직한 그 곳으로
부산 이야기 여행을 가볼까요?